2021. 2. 3. 18:17ㆍ영화로운 일기
1. "너답지 않게 왜 그래."라는 말엔 항상 열불이 나곤 했다. 나다운게 뭔데. 아마 평생을 바쳐도 정답은 모르겠지.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테다. 그저 나는 너가 아니니까, 너와는 달리 규정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거다.
우리도 이런데, 대중에게 이미지를 파는 공인들은 어지간할까. 최근 유튜버나 방송인에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걸 보면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공인에 대한 시선이 엄격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임 낫 데어'는 미국 대중가요의 전설적인 아이콘인 밥 딜런이 아닌, 그런 이미지에 고통받는 인간 밥 딜런을 다룬 영화다. 극중에서 한 팬이 그에게 말한다. "배신자! 넌 변했어!" 실제로 그의 모습을 6개의 다면적인 인격으로 보여주는 영화의 형식에 따라 그는 변한다. 근데 그게 어쨌다고? 영화 말미의 나래이션에서 나오듯이 인간은 매일매일 변하는 존재이다. 무엇 하나로 규정지어질 수 없는, 혼돈 그 자체의 존재에게 변했다는 말이 무슨 소용이랴?
우리는 너무 타인에게 엄격하다. 아니 어쩌면 엄격하다기보다는, 타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이 완벽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아니 그것을 알기에 타인에게 완벽함을 강요한다. 내가 모르는 너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너로 있어줘. 내가 가늠할 수 있게.
다들 이런 말을 면전에 듣기는 싫어하겠지. 역지사지를 언제나 잊고 사는 게 인간이란 존재다. 그것을 자각하기 전까지 말이다.
2. 별개로 영화는 참 어렵고 난해하다. 마치 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게, 기본적인 문법만을 지킨 채 이미지의 나열만 남발한다. 밥 딜런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뛰어난 형식의 전기 영화지만, 밥 딜런을 모르는 사람에겐 지극히 불친절한 영화로 해설이 필수적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괴상한 매력이 있다. 이게 무슨 말일까 하며 다시 천천히 읽어보는 그런 시같은 매력. 이 영화의 평가도 매일매일 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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