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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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7. 리코리쉬 피자
이 영화에 대해 아름답다는 말이 올바른 표현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70년대와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유도하는 듯 보이면서도 이 영화가 묘사하는 세상은 어느 때의 pta 영화처럼 추악한 것들 투성이기 때문에, pta는 기본적으로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미화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성추행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베트남전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 남자 주인공은 어린 나이에 벌써 기회주의를 배웠고, 여자 주인공의 삶 또한 찌질하기 그지 없다. 경찰의 공권력은 남용되고, 성소수자인 시장 후보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상이 pta가 그려낸 70년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과거를 추억하고, 이 영화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는 오직 서로만 있으면 된다 믿으며 달..
2022.02.17 -
[캐롤]의 라스트 신
조금 뻔하고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보자마자 사랑의 힘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사랑은 언제나 시대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당장 세익스피어의 대표적 '비극'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해봐도 그렇고, 최근 나온 [콜드 워]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도 그러한 시대의 부딪힌 사랑 이야기의 연장선에 서있다. 그런 점에서 멜로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인 사랑의 방해물이 시대와 그 시대의 보편적 인식이라는 것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가? 케이트 블란쳇은 주변인들에게 이 영화를 이렇게 자랑했다고 한다. "이 작품이 50년대 레즈비언 소설 중 유일하게 해피 엔딩이에요."라고. 확실히, 앞서 말했던 시대의 피해자로서의 사랑 이야기들..
2021.02.03 -
뮬란-화려하게 조지다
정말 화려하게 조졌다. 다름이 아니라 정말 화려하기는 한 영화다. 디즈니라는 빅 스튜디오의 영화답게 [뮬란]은 확실히 인상적인 미술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하지만 나는 재밌는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 것이지, 멋진 배경과 의상을 구경하러 간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거다. [뮬란]은 재미가 없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뮬란]의 러닝타임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1시간 28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깔끔한 스토리와 쾌감을 간결하게 전달한다(그것이 원작 애니메이션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명작'이라고 불리지 않는 요소가 된다는 점은 빼놓고). 그런데 이 영화, 무려 1시간 55분이나 한다. 사실 이 자체로 비판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 나름 실사화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작년 개봉작 [알라딘]은 무려 40분 정도나 ..
2020.09.21 -
#살아있다-지들끼리만 살아있어 아주
내가 생각하는 상업영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관객의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말 그대로 상업영화를 테마파크에 비유해보자면, 롤로코스터를 타며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한 마디로 잘 만든 롤로코스터란 얼마나 자연스럽고 신선하게 우리에게 말초적인 자극을 주는가이다. 그런 면에서 내게 [#살아있다]는 청룡열차만큼도 못한 상업영화였다. 관객은 영화에서 벌어지는 상식 외의 일들에 자꾸만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스피디함에 있는데, 이 영화의 스피디함에는 관객을 같이 인물과 끌고가려는 의사가 없다. 예를들어 초반의 여경 장면, 이 장면의 의도는 분명하다. 영화의 컨셉을 위해 준우가 밖으로 나가면 안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려는 ..
2020.09.14 -
조찬 클럽 짧은 후기
[조찬 클럽]은 확실히 클래식으로 부르기엔 부족함이 많은 영화다. 전반부와 중반부를 거듭해 쌓이지 못하고 급작스레 맺어지는 러브라인은 달달하다기보단 황당하며, 확실히 세월이 흘러갔음을 느끼게 하는 앨리슨의 깜짝 변신 장면의 연출은 지금 세대인 나로선 헛웃음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에 어느 정도의 클래식함이 있다고 느꼈다. 여기서 말하는 클래식함이란 시대를 초월해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의 전달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바로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클래식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왜일까, 이 영화 속 1980년대의 학생들은 엄연히 외적인 면에서 많이 달라 보이지만 그 내면 속을 차지한 고민과 상처는 2020년 지금 고등학생인 나와 많은 면에서 비슷해 보인다고 느끼게끔 했다...
2020.06.30 -
숏(short)영화 후기-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온워드]는 [메리다], [몬스터 대학교], [굿 다이노]처럼 픽사의 기성세대들이 아니라 나름의 신입들이 만든 픽사의 신작이다. 평론가들이나 일반 관객들의 대략적인 평을 요약하면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딱 알맞을 것 같다. 다만 나는 이 '썩어도'라는 표현은 아무래도 좀 과장된 표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플롯 구성을 거의 완벽주의에 걸린 듯 세세하게 신경쓰는 픽사의 영화치곤 몇몇 디테일에서 아쉬운 느낌이 드는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또 항상 독창적인, 조금 과장 보태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세계관과 비주얼을 보여주던 픽사 영화 속 세계관과 달리 차용과 비틀기를 사용하는 드림웍스의 스타일쪽에 오히려 가까워보여 '픽사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이질감을 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
2020.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