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7. 16:29ㆍ연출, 스토리
신원호-이우정 콤비가 또 다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신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주 1회임에도 불구하고 전작인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최고 시청률을 6화 만에 경신한 것이다.
이것으로 이제 신원호-이우정의 콤비는 하나의 브랜드 같은 것이 되었다. 여기서 브랜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품에 대한 믿음이 동원된다는 것과 동시에 그 브랜드에 대해 기대하는 특유의 맛이 있다는 말이 된다.
내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신원호-이우정이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동시에 대중들이 이 콤비에게 기대하는 특유의 맛에 대해서다.
우선적으로 신원호-이우정 콤비의 작품들을 간단하게 표현해본다면, 나는 '예능형 드라마'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는 신원호 pd가 원래 예능 pd였다는 것과 이우정 작가가 예능 작가였다는 것을 보면 그리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왜 그럼 예능이 아니라 굳이 드라마인가?'라는 점이다. 사실 그건 조금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신원호-이우정 콤비는 예능의 역할을 드라마로서 좀 더 증폭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그래서 도대체 신원호-이우정 콤비의 레시피는 무엇일까?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분석임을 우선 말해두겠다.
일단 첫 번째, 신원호와 이우정 콤비의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캐릭터에 ‘매우 매우’ 신경을 쓴다. 여기서 ‘매우 매우’라고 강조한 이유는 캐릭터는 본디 스토리에서 거의 절반에 달하는 비중을 가진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콤비의 드라마 속 캐릭터는 특히 더욱 세심하게 만든 것이 티가 난다. 그리고 그 노력에 맞게 시청자들 또한 드라마 캐릭터의 이름만 대면 그 캐릭터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은 이우정 작가의 예능 작가 시절부터 이어져온 특기인데, 이우정은 본디 1박 2일과 남 자의 자격의 작가 시절부터 멤버들의 캐릭터성을 부각시켜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사게끔 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아마 이렇게 예능 작가로서 수많은 진짜 사람들을 관찰하고 특징을 살 려 호감을 사게 하는 작업을 하면서 숙달된 능력이 드라마에서 그야말로 일취월장하듯이 발휘 된 것이 아닐까 싶다.
2. 두 번째로 이 콤비의 드라마는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캐릭터와 캐릭터들의 화학반응, 그리고 캐릭터와 사건의 화학반응 자체를 메인 플롯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조금 다른 말로 한다면, 사실 이 콤비의 드라마에는 메인 플롯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다시금 강조해서 말한다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뼈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 콤비의 작품 철학을 조금 엿볼 수 있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가족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거실에 모여서 감상하는 광경을 떠올려보라. 아마 그것은 영화나 다른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일 것이다. 그래, 마치 저녁을 차려놓고 예능을 볼 때의 느낌과 오히려 더 비슷하지 않나? 나는 바로 그것이 신원호-이우정 콤비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신원호는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들면서 “작은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놉시스에는 이런 문구가 들어가 있다.
언제부턴가, 따스함이 눈물겨워진 시대.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작지만 따뜻하고,
가볍지만 마음 한 켠을 묵직하게 채워 줄
감동이 아닌 공감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결국은, 사람 사는 그 이야기 말이다.
본디 우리가 생각하는 드라마나 영화라는 매체는 사실 ‘비일상의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일상에선 충족하지 못하는 욕망을 드라마나 영화로서 대리만족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순기능이다. 다만 이 콤비는 조금 다른 방법을 택했다. 충분히 우리가 주변에서 경험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상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서 우리가 사는 인생 그 자체의 드라마틱함을 전한다. 이것이 그들의 작품 철학이라고 생각된다. 그들이 러브라인을 작품에 빼놓지 않고 넣으며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분명 그들 스스로 이런 형식을 택함으로서 드라마라는 매체에서의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래도 솔직히 그런 것이 상관있을까 이 콤비는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고 현재 드라마로서 줄 수 있는 최고의 힐링을 시청자들에게 선사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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